이민중 / 목수


오지마시라 그리 일렀건만 - 부제 - 비님에게

이민중 4 1,306
오지마시라 그리 일렀건만 - 부제 - 비님에게
이 민중
기어이 오신단다
마을 삼촌 미깡밭으로 누구네 집 우영밭으로
풀,꽃,낭 살리시겠다며
마른 빌레왓 적시러 오셨다
건설현장 형틀목수로 이 한 몸 빌어먹을 때야
비온 김에 하루 쉬지, 오늘 못 벌면 내일 벌지 하고
지방에서 올라와 공치는 날이면
하릴없어 숙소에서 뒹굴거릴 형님들과
홍어에 막걸리에 파전에 쓴 소주 한잔 걸치며
젓가락장단 제법 두들겨 가며 놀았지만
여기는 한라산기슭 600미터가 넘는 가난한 부자들만 모인 곳
하루 24시간중에 30분의 운동시간만 기다리는 600명이
법무부시계 초침만 바라보는 곳
좁은 운동장에서 운동할 수 있는 30분동안
햇살과 땅과 바람의 대화를 구름과 함께 엿듣기도 하고
걷고 뛰면서 땀흘리다 호흡을 가다듬기도 하고
솜털씨앗하나 높은 담벼락 바람타고 날아와서
철망아래에 노란 꽃을 틔운 갯솜방망이를 만납니다
인간이 죄 없다, 죄 있다 판가름할 수 없어
철망사이로 제 맘대로 드나드는 동박새도 만나고요
그 분이 오시면 말라비틀어진 계곡 커다란 바위아래
잔돌 헤치고 모래 헤치고 뻘 밑에 숨어들어
간신히 살아남은 무태장어들은
번식하고 생육할테지만
국가의 법이 죄 있다 하여 구금된 600명의 사람들은
님이 오시는 걸 썩 반기지는 않습니다
2016년 6월 15일
4.3 영혼들의 붉은 선혈이 서린 한라산 기슭에서
제주국립호텔 5동 2층 3호실 407번 수인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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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1년이 넘게 걸린 탈고과정입니다
또 부분탈고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고
이 때가 제주에서는 가뭄 끝에 늦 장마가 올 때였어요.
제주어가 조금 나오는 데
순서대로 해석하면
미깡밭 – 감귤밭. 낭 – 나무. 우영밭 - 마당한켠의 작은 텃밭.
빌레왓 – 돌이 많은 구근작물과 엽채류를 농사지은 척박한 땅.
갯솜방망이는 민들레와 닮았지만 잎이 다육질인
제주도와 통영, 목포인근의 섬과 해안가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동박새는 사는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 색이 다르고
제주의 동박새는 방금 모내기를 끝낸 보리이삭같은 밝은 청녹빛을 띱니다.
무태장어 - 제주도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입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하천이 드물게 있습니다.
건천이라 해도 땅밑으로 고여있거나 흐르는 아주 적은 량의 물에
생물들이 의지하여 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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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너무 많은 이야기가 비님 오시는데 서걱거리네 ㅠ
하나의 서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촐한 묘사도 아니고
시의 형태를 갖췄으나, 서사든 묘사든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듯
이민중
녜..부분적으로 재탈고 할꺼예요..
조성웅
빌려간 현대시작법 한 번 이상 보고, 다시 시집 보고 다시 시작법 보고 내 시 탈고하는 과정을 거쳐요
아직 시가 시작법에 나오는 습작기 시의 흔적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임
시는 사유고 세계관인데, 내용을 표현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임
이민중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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