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중 / 목수


​감정

해방글터 1 683

 


내 감정을 짧고 굵게 쓰면 시가 되나?

내 감정을 시로 쓸려면
팔만대장경보다 깊게 새겨야 하고
성경책보다 길게 써야 한다.

할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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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김사인 시인께서 시는 많은 말을 감춘 짧은 말이란 요지의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시는 팔만대장경은 몇줄로 줄이는 일이고, 성경을 한 페이지로 써내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짧게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화가 난다, 화를 낸다고 하는데, 화는 왜 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혼자 생각에 화를 낸다는 것은 방패를 세우는 일인듯 했습니다. 형세가 불리하여 내가 약자가 되었다고 느낄때, 나를 보호하기 위하여 내는 것이 화입니다. 내가 강자면 낼 일이 없는 것이 화입니다. 아기가 떼를 쓰는데 어르고 달래도 말을 듣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화가 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아기를 조종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나는 것입니다. 내 맘대로 아기를 조종할 수 있다면 화는 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목도리도마뱀이 적을 만나면 목도리를 펼쳐서 자신을 과장되게 보이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약자임을 인정하니까 화를 내는 것입니다. 쫄리고 밀리니까 화가 나는 것이지요. 여유가 있으면 화는 나지 않습니다.

기쁨이라는 것도 사실은 내 맘대로 일이 된다는 표시입니다. 그렇지 않은데 기쁜 경우는 없을 겁니다. 기쁘면 어쨋든 내가 바라는 바대로 일이 되어간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감정은 인간의 외투와 같습니다. 벗어버리면 내가 아닌데, 입고 있으니 그것이 내가 됩니다. 감정대로 해 버리면 결국은 내가 다치게 됩니다. 그걸 아니까 참지요. 참는다는 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덕은 또 무엇인가하면, 두세겹 나를 감싼 외피입니다. 알몸은 아니지요. 약한 것이고, 혼자서 우는 것이고, 무서운 것이고, 외로운 것들도 알고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쓴 껍질입니다. 스님들 말로는 그 안에 알몸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합디다. 양파처럼 감정의 껍질만 둘러싸고 감정을 다 벗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인간인가 싶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게, 존재를 느끼고 사고하는 무언가가 안에 있기는 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뭔가? 한번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그걸 찾는 게 공부라 하더군요. 감정을 내 맘대로 입고 벗을 수 있다면 득도한 것입니다. 어렵지요. 

많은 할말을 다 써보시는 것도 좋은 공부입니다. 저도 한번 해 본적이 있는데, 생각나는대로 쓰기입니다. 마구잡이로 쓰기인데, 생각보다 길게 쓰기 어렵습니다. 끝도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써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써 보시기 바랍니다. 하룻밤도 못새서 쓸 거리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꼭 한번은 경험해 봐야 할 일입니다. 키만큼 원고를 썼다는 조정래선생이 그 체력과 의지만으로도 존경스러워 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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