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중 / 목수


반말하지마라

이민중 0 897

반말하지마라

 

이 민중

 

바쁜 점심시간 건설로동자들이 모인 식당

식당의 종업원은 두 명

마흔 석의 테이블이 꽉 차있다

 

반찬이 늦게 나와도 적게 나와도

종업원의 할 일은

반찬을 가져다 달라

국을 가져다 달라

밥을 가져다 달라 하면

가져다주는 것 일뿐

 

당신보다 아랫사람도 아니니 반말하지 말라

정 급하면 주방에 가서 당신이 가져다 먹어라

 

당신은 혁명이후에

하루 종일 서빙하면서 반말 듣는 형벌에 처할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안녕 하세요. 인사하고

반찬 쫌 더 주세요. 하고

국 쫌 더 주세요. 하고

밥 쫌 더 주세요. 하고

종업원이 왔을 때

빈 그릇을 정리해서 내밀어주니

 

반말로 큰소리치는 당신의 식탁보다 더 빨리 나왔지

반말로 큰소리치는 당신의 식탁보다 더 많이 나왔지

 

기분 좋게 먹고 나설 때 잘 먹었습니다인사하니

안녕히 가셔요” “또 오셔요화답했지

 

당신이 문 앞을 떠나니 소금뿌리더라

 

편의점직원이 모든 판매물품을 설명 할 이유는 없다

모든 식품을 맛 볼 이유는 없다

 

편의점직원은 고객이 물어보는 상품의 위치를 알려줄 뿐

가격표시가 없는 물품의 가격을 알려 줄 뿐

당신이 계산대에 올려둔 물품을 바코드에 찍고

나온 숫자만큼 현금을 받는 것일 뿐

 

당신의 하잘 것 없는 질문에 답할 이유가 없다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들어서고

바코드에 찍힌 숫자의 현금을 주면서

수고하세요. 인사하니

유통기한 두 시간 남은 도시락과 햄버거와

각종냉동식품들을 챙겨주더라

 

나이도 아니고, 직업도 아니고, 성별도 아니고

인간이 인간을 존중할 수 있는 인간의 이유

 

그러니 반말하지 말라

 

시작노트 어제의 일기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모든 것이 시가 되어야 한다.

시의 오만방자함은 한편의 시속에 질문이 있고 답이 있고, 그 모든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 시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는 것은 그 시가 모자란 시거나 덜 된 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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