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중 / 목수


첼리스트의 뭉툭한 손끝을 보다가

이민중 0 919
첼리스트의 뭉툭한 손끝을 보다가

 

이 민중

 

촛불집회에서 우연히 앉은 제일 앞자리 정중앙

딱 한발 앞에 맨발로 앉은 첼리스트

첼로연주를 듣다가 보게 된 활을 켜는 손끝

그리고 현을 누르는 손끝

 

현을 누르는 뭉툭한 손끝을 보다가

철근공이셨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나는 아버지의 손가락이 철근같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시면 매일 조금씩 마당 한쪽에 모아두시던

붉게 녹이 슬은, 햇빛에 그을려 검붉은 아버지의 손등과 닮은 색의

딱 아버지의 손가락 굵기 만한 철근들을

아버지의 친구분이 가져가신 날이면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었다

 

세월호의 아픔을 연주하는

현을 누르는 그 손끝이 슬펐다

 

활을 당길 때 울린 현의 떨림이 울림통을 거쳐

공기의 진동으로 나의 고막을 때렸을 때

굵은 눈물 한 방울 뚝

콧잔등을 타고 내린다

슬플 때마다 눈물을 글로 쓰리라

눈물 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슬픈 건 그 손끝에서 전해진 소리였고

그 손끝에 실은 첼리스트의 마음이었다

 

잠들지 못하는 남도의 땅

밤공기 시린 겨울의 밤거리에서

맨발로 앉아 연주한

첼리스트의 연주가

귓가에 맴돌아서

자려고 누웠다가

뒤척이다 일어나

한마디 읊어봅니다

 

“2014416일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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