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돌아가고 싶다

신경현 3 1,225

돌아가고 싶다

  - 경대병원 주차 관리 해고투쟁을 생각하며

돌아가고 싶다, 이제는

  

손 내밀면 지척인 곳으로

누구하나 관심 가져 주지 않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바삐 출근하던

어느 하루의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늦은 밤의 피곤함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을 하다 먼 산을 쳐다보던

잠깐의 한가로움속으로

저무는 바람을 맞으며 생의 의미를

되셔겨보던 봄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야 할 곳이 비록

되풀이되는 불안의 연속이어도

일을 하면 할수록 깜깜한 벼랑 끝이어도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서 이제는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멀리 멀리 가지를 뻗어

흔들릴때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하나 등불처럼

메달아 놓고

다시 살고 싶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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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이 제목부터 7번이 반복된다. 1연부터 5연까지 계속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반복적 표현은 간절한 기도거나 주문같다.

외주화에 따른 해고로부터 9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270일이 넘는 경북대병원 주차관리직 해고투쟁은 별로 주목되지도 못했고, 연대받지도 못한것 같다. 오로지 당사자들끼리 싸워나가는 하루하루가 힘겹고 지치기만 했을 것인데, 무슨 힘이었을지 장장 9개월을 끌고 왔다. 시를 읽는 나조차도 몇명이 해고되었는지 몇명이 싸우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주목받지 못함으로서 변방이 된 외로운 투쟁을 이렇게 묘사해 놓았다.

시만 놓고 보면 9개월의 투쟁은 이제 간절하고 반복적인 염원외에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태다. 계몽도 지도도 격려도 할 수 없는 상태인듯 하다. 그저 그 힘겨움을 묘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안타깝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 순간에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힘겨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 독자가 고통의 무게를 느끼도록 하는 것. 그 표현을 찾기 위해 방심하면 안된다. 지친 마음을 묘사하면서 같이 지치면 안된다.
마지막 연을 보면 이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얻었는가 싶지만, 전체를 보면 아무래도 그건 아닌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에 마지막 연에서 두줄정도 바꿔서 힘을 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투쟁 중인데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모호함이 있다. 돌아간다는 건 이기는 것이므로, 돌아가고 싶다는 주문은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텐데도 얼른 그렇게 읽히지 않는 것은 -싶다 어미가 -겠다라는 의지형이 아니라서 인듯하다. 의지형이 아니라면 시 1-5연이 힘이 빠지고 처진다. 의지형일 경우에는 1-5연이 강조가 된다. 차이가 크다.

법률적, 물리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봐도 투쟁에 도저히 새로운 방법이 없을 때, 용기를 주고, 그 고통을 널리 알려내고 연대를 구하는 것이 시인의 몫이다. 그러려면 좀 더 구체적인 묘사가 필요하다. 이 시의 독자는 누구인가? 공감도 곁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싸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용기다.

되셔겨보던-> 되새겨보던
신경현
쓰다 보니 중언부언이 된 케이스인것 같네요. 구체적인 무언가를 표현하고 구체적인 희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무난하게 가자고 해서 이렇게 나왔네요.낭송용으로 쓰다 보니 그런 원인도 있었던 것 같고..시가 다 어렵지만 특히 낭송시가 많이 어렵더군요ㅠ
박상화
그러게. 싸움이 앞이 잘 안보이는 경우는 글쓰기가 참 어렵지. 깜깜하지. 근데, 그래도 용기를 주는 그 수 밖에 없더라. 그럴수록에 싸우는 사람 입장과 심정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같이 아파야 되는데, 그래서 시인의 원류는 무당이라그러고 그런말이 나오는 건데, 그게 참 어렵지. 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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