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태
20만원을 활동비로 받았다는
그의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을까
부서지던 파도소리 곁에 앉아
울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성명서를 꾹꾹 눌러 쓰다
너무 기가 막혀
찢어버린 적은 없었을까
잠시, 소주 잔 속에 풍덩 빠져
멀고 먼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날아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가난이 달라붙은 만덕동,
부서진 집들 사이를 거닐며
메마른 기침 토해낸 적 없었을까
사랑하던 여자는 없었을까
산복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을까
언젠가 왜 그리 얼굴이 탓냐고
선크림이라도 좀 바르고 다니라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고 싶었던 적 없었을까
그 어깨에 기대어 듣고 싶었던 말,
왜 없었을까
윤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