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사실과 현실

신경현 0 695

​​사실과 현실

 

침몰한 배가 있었다
텔레비젼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신문에서도
그 배는 가라앉고만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들과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
밤 새 침몰하고 있는 배 주위를 겉돌고 있었다
바다는 말이 없었고
발만 동동 구르던 사람들이 보였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달이 지나가도
돌아오지 않거나 떠오르지 않는 사실들은
텔레비젼에서 라디오에서 신문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이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한 게 없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국가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혀를 차면서도 나는
꽃피는 봄날,
목련이 피고 벚꽃이 흩날리는 나무를
눈이 먼 채 바라보면서 잘 살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는
아침에 일어나 밥벌이를 위해 일하러 나갔고
퇴근 무렵엔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면서 술집에 있었고
잠이 들 무렵엔 간혹 텔레비젼 뉴스를 보면서
가라앉은 그 배를 생각하며 잠시 불편할 뿐이었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잊지 않겠다는 말들은 부풀어올랐지만
나는
그 배를 침몰시킨 바람소리를 
차오르던 바닷물에 젖어가던 몸들을 
잊고 살았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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