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푸른 숲으로 들어가다

신경현 0 1,961

​​푸른 숲으로 들어가다
- 광주전남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양우권 동지를 생각하며

 

푸른 숲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 날
끙끙 앓고 있는 몸이 생각났다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멀고 먼 길을 헤메다
잠시 등을 보인 채 주저앉아 있는
눈빛도 떠올랐다
까마득한 벼랑 가까이 써내려간 문장들이
위태롭게 흔들렸고
누가 보아줄 것 같지 않은 이력들도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
붉은 쇳물에 말아 먹던 밥을 빼앗기고
생각나는 거라곤 뺑이 친 기억 밖에 없을 텐데
뭐가 그리 좋아 돌아가고 싶었을까
십년 넘게 먹은 쇳밥으로
치면 칠수록 더 단단해진 금강불사의 몸으로도
견뎌내지 못했던 감시와 해고
끝내 공장 담을 넘지 못하고
그는,
마지막 말 한 마디 떠올리며 울먹였을까
푸른 숲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 날
나무와 나무 사이
푸르게 날아가는 새의 날개를 빌려
공장 담을 끝내 넘고 싶었을까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2 명
  • 오늘 방문자 325 명
  • 어제 방문자 515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3,532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