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잘 살아라

신경현 0 959

잘 살아라, 그대

- 이민중,손우영 결혼을 축하하며

 

잘 살아라

이 말 밖에 해줄 게 없는데

자꾸, 축시를 써달라는 그대에게

나는, 미안하다

 

세상 풍파를 헤쳐 온 날들이 이력의 전부였을 거라

슬픔의 대부분을 세상 풍파 속에 배웠을 거라

미루어 짐작 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대가 살아 온 날들의 하루하루가 어땠는지

그대가 살아 갈 날들의 하루하루가 어떨건지

알 수 없는 나는,

잘 살라는 말 밖에 할 게 없어

자꾸

미안하다

 

사랑 한다고

수줍게 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손잡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사랑 한다고

싸움 한번 하지 않았을까

사랑 한다고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만 보였을까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겠지

그대라고 별 수 있겠나, 가끔 샘내기도 했던 나는

자꾸, 축시를 써달라는 그대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끝내 잘 살아라

이 말 밖에 할 게 없다

사랑으로 살라는 뻔한 이야기는 못하겠고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하라는 식상한 이야기도 못하겠으니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잘 살아라

이 말 밖에 할 게 없다

잘 살아라 이민중

잘 살아라 손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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