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잘 살아라, 그대
- 이민중,손우영 결혼을 축하하며
잘 살아라
이 말 밖에 해줄 게 없는데
자꾸, 축시를 써달라는 그대에게
나는, 미안하다
세상 풍파를 헤쳐 온 날들이 이력의 전부였을 거라
슬픔의 대부분을 세상 풍파 속에 배웠을 거라
미루어 짐작 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대가 살아 온 날들의 하루하루가 어땠는지
그대가 살아 갈 날들의 하루하루가 어떨건지
알 수 없는 나는,
잘 살라는 말 밖에 할 게 없어
자꾸
미안하다
사랑 한다고
수줍게 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손잡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사랑 한다고
싸움 한번 하지 않았을까
사랑 한다고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만 보였을까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겠지
그대라고 별 수 있겠나, 가끔 샘내기도 했던 나는
자꾸, 축시를 써달라는 그대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끝내 잘 살아라
이 말 밖에 할 게 없다
사랑으로 살라는 뻔한 이야기는 못하겠고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하라는 식상한 이야기도 못하겠으니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잘 살아라
이 말 밖에 할 게 없다
잘 살아라 이민중
잘 살아라 손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