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굴뚝을 생각한다

또 다시 굴뚝을 생각한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를 생각하며

날이 더우면 더워서 걱정

날이 추우면 추워서 걱정

쌓이고 쌓인 걱정을 짊어지고

올라간 사람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린다

밤이 되면 지상의 불빛들 반짝이지만

반짝이는 거라곤 서로의 검은 눈동자 뿐인

그곳의 공기는 여전히 쓸쓸하다

좁디 좁은 공간을 생의 의지로 이겨내기 위해

팔굽혀 펴기와 제자리 뛰기를 하고

문득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수시로 너울거리는 곳

먹고 살기 위해

위태롭게 오르고 오른 곳

소리쳐 불러도 돌아오는 답이 없는 곳

아침 저녁으로

밥을 올려주고 똥오줌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

기약 없는 희망이

기약 없는 고통을 만들어 내는 곳

누가 있어 들어줄까만

누가 있거나 말거나

단단한 침묵을 견뎌내고 있는

굴뚝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