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사람이 죽었다

신경현 1 1,106

​​

사람이 죽었다

-박경근 열사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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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한국 마사회에서 일을 하던

다단계 하청의 제일 막장에 있던

요행히 오늘을 견뎌내더라도

항상 내일이 불안했던 영혼을 가진

사람이

유서 한 장 써놓고

죽었다

크게 잘나진 않았지만

크게 나쁜짓 하지도 않고

소박하게 살아보자고 악착같이

살아보자고

발버둥쳤던

사람이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라던

어머니의 눈길을 외면하지 못했던

여리고 여린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수억원의 말들을 관리하던

말똥을 치우고

마방을 쓸고 닦고

수억원의 말들을 맛사지해주던

그러나

수억원은커녕 수백만원도 받지 못했던

비정규직이었던

한국 마사회에서 일했지만

한국 마사회 직원이 아니었던

한국 마사회가 끝내 버리고 말았던

늘 지시만 하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결국

죽음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었던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죽은 그이가

아무리 오사랄잡놈이었더라도

아무리 싸가지 없는 놈이었더라도

영정사진 앞에서 최소한

머리 조아릴 일이다

향불도 밝히고 술도 한잔

올릴일이다

그게 사람의 도리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사람 아닌 것들의 세상

사람의 말을 오염시키는 세상

일방적인 폭력과 지시와 외면의 세상

한 사람의 죽음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하루 빨리 덮고 싶은 세상

그러니

잊지말자

한 사람의 이름과

한 사람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한국 마사회 마필 관리사

박경근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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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그래 잊지는 말아야지, 네 시는 하나의 기억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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