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분자씨

신경현 0 962
분자씨

분자씨,
비가 오면 콜타르먹인 골목이
더 까맣게 젖던 동네
아침이면
어린 여공들을 무표정하게 토해내던
삼교대 섬유공장의 동네
아이들을 공장에 보내기도 하고
서울로 부산으로 식모살이 보내기도 했던
뭘 해도 가난하던 부모들의 동네
뭘 해도 가난하니 에라이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자며 자포자기의 애비들이
꼭 한 두명씩은 있던 동네
한 집 건너 한 집 마다
한끼 이상은 건너뛰던 사람들의 동네
텔레비젼도 라디오도
몇 대 없던 동네
골목길 곳곳
지린내가 풍기던 동네
깜깜한 밤이면 외등 하나
불 밝히고 있던 동네
그 외등 아래서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던 동네
그 동네에서 살았고 지금도 그 동네처럼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있는
분자씨,
양말공장에 다니는
글자 읽는게 아직까지 무서운
월급날 들고 오던 초코파이 이야기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못난 부모 만나 원망도 많이 했다는
벌써 십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박호기씨가 생각난다는
내일 모레 큰 딸 시집 간다며 좋아하는
작고 단단한
분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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