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백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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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명의 사람들
백만명의 소년들
백만명의 소녀들
백만명의 초등학생들
백만명의 청년들
백만명의 노동자들
백만명의 농민들
백만명의 빈민들
백만명의 발걸음
백만명의 함성
백만명의 절규
백만명의 분노
백만명의 촛불
백만명의 생각
백만명의 비폭력
백만명의 평화
백만명의 하룻밤
백만명의 광장
백만명의 정치
백만명을 넘어서지 못하는
백만명의 민주주의
백만명의 쓸쓸함
백만명의 외로움
백만명의 뒷모습
백만명의 머뭇거림
백만명의 소외
백만명의 이견
백만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묘사는 항상 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받쳐주는 것이다. 주제를 받치지 못하는 묘사는 풍경으로서만 멈추는데, 풍경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백만명이 의미가 없는 이유가 담겨질 때 시가 힘이 세지는 것이다. 요컨대, 묘사는 독자를 생각하게 만들거나 자기 체험에 이입하게 만드는 장점은 있지만, 끌고가는 힘은 없다는 것이다. 경현이 시는 서정성이 강하고 묘사에 부족함이 없어서 강한 공감을 이끌어 내기는 하는데, 자기 목소리가 너무 없어서 힘이 없어 보인다는 단점도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아마도 너무 주장만 내세우던, 목청만 큰, 구호적 시들을 답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낮은 목소리로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너무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한 목소리로도 힘이 센 시들을 다시 찾아 읽어보고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공부가 좋겠다 싶다. 정희성 시인의 <돌>이 좋은 글방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