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나무

신경현 1 1,012

​​

나무

- 마을 목수 조기현 형님

    

나무

도드라진 상처를 몸에 새긴 나무

검고 메마른 나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뚝 부러지던 가지의 나무

지친 철새들이 날개를 접고

잠시 쉬었다 가던 나무

떠돌다 돌아 온 고향 마을,

제일 먼저 맞아주던 허리 굽은 나무

꽃피고 꽃지는 시절

누구하나 관심가져주지 않던 나무

잘려나간 밑동의 나무,

아무렇지 않게 버러져 겨울을 나고

푸른시절, 무성히 그늘을 만들기도 했던

그늘 아래 사람들 모여 들기도 했던

나무

큰 물 지나간 자리에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 있던 강의 나무

몸을 태워 밥을 짓고 언 겨울을 녹이던

아궁이 속 뜨겁 던 나무

붉은 녹물 베어나는

못이 박힌, 공사장의 나무

지켜야 할 것들과 건너야 할 시간을

비와 바람과 먼지를 덮어 쓴 채

말없이 견뎌온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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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목수는 나무지. 이제 이미지를 섞어 하나로 만드는게 아주 자연스러워 졌구나. 좋다. 다음번 시집에 꼭 실어라. 이 시는 시화를 하나 만들어서 선물로 주어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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