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사람들

신경현 1 915

​​

사람들

-구미 아사히 글라스 동지들의 투쟁을 지켜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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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아래에서

같이 모여 밥을 먹는 사람들

붉은 잇몸을 드러내 웃으며

밥을 먹는 사람들

외로움이 날아들고 어둠이 스며들어도

공단 네거리, 가로등 켜진 농성장에서

사람들, 밥을 먹는다

 

오전 작업 사이 10분 휴식시간

지쳐 먼산을 보면서

한 숨 한번 담배 한 모금 내뱉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나서야

안부를 물으며 이름을 부르고

이름을 부르며 얼굴빛을 살핀다

꽃피는 봄이 와도

잔업 말고 할 게 없던 사람들

쏟아지는 무더위를 땀으로 맞아도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철야를 하던 사람들

단풍에 젖은 가을이 와도

젖은 몸으론 가을을 구경 할 수 없고

첫 눈 내리는 밤이 와도

처진 어깨로 갈 데 라곤 불꺼진 집 밖에 없던

사람들

봄여름가을겨울

일하는 거 말고 빼앗기는 거 말고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사람들이, 주눅들지 않고 밥을 먹는다

 

풍찬노숙의 추위를 견디며

민주노조 사수 365일을 걸어왔고

하얗게 입김이 나던 노숙의 잠을 이겨내며

비정규직 철폐 365일을 또 다시 걸어가겠다는

쫓겨난 이유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서로의 눈빛속으로 들어가

서로의 힘이 되고 울타리가 되던

사람들이, 불빛 아래

농성장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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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풍찬노숙 (風餐露宿) : 바람 풍, 식사 찬, 이슬 로, 잠잘 숙, 바람 속에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 잔다고 해석하는데, 바람을 먹고 이슬 속에서 잔다고 해도 틀리지 않고, 더 시적인 해석이다. 지금 아사히는 주눅들지 않고, 함께, 밥을 먹는게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똘똘 뭉쳐 싸워간다는 뜻이니,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 핵심을 잘 짚어서 쓴 좋은 시다.

365일 바람을 먹고 이슬(눈물) 속에서 잠이 들었으니, 그 아픔과 설움이 얼마였을까 마는, 함께, 함께 밥을 먹고 싸우니 그 싸움이 유지되고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풍찬노숙의 사자성어가 있는 구절을 이 해석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은유의 힘이 이런 곳에서 생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타낸 부분도 은유를 활용하면 더 간결하고 좋겠다. 예를 들면, "봄에는/ 잔업꽃을 피우고"라던가, "봄밤/ 작업장 가득 피어난 잔업꽃 무더기에 취해"라던가, "여름/선풍기 더운 바람처럼 아득하던 철야"라든가 하는 식으로 줄이면 간결하고 의미도 쉽게 전달이 된다.

이름을 부르며 얼굴빛을 살핀다
꽃피는 봄이 와도

부분은 연을 갈라 주는 것도 좋겠다 싶다. 윗줄까지 끌어온 내용과 아랫줄이 끌고가는 내용이 별개의 것이다.

어쨋든, 이건 사족이고, 본 시 자체가 잘 짜여진 완결성을 가졌다. 마지막 '함께'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그로서 하려는 말이 쉽게 전달되고 또 강조된다.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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