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내진설계

신경현 1 827

내진설계

-황당한 정치공학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불행하다

흔들리지 않고 눈이 머는 사랑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 깊어지는 그리움 따윈 없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속에서

사랑을 찾지 마라

흔들림을 외면하는

당신의 내진설계가

위태롭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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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화
내진설계耐震設計는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흔들림에 대하여 무너지지 않고 견디려면 힘을 받는 기둥과 보와 벽이 더 튼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물이 자체의 무게로 버티기 위해 필요한 기둥의 두께가 20cm라고 하고, 진도 5나 6의 지진에도 버티기 위해서 필요한 기둥의 두께가 50cm라 하면(공학적 기준이 아니라 그저 가정임), 기둥을 더 두껍게 하기 위해선 돈이 더 들어간다. 안전은 항상 돈과 비례하는 문제다.

흔들림을 외면하는
당신의 내진설계가

이 부분을 보면 당신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당신은 날림인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당신이 위태롭지 않으려면 내진설계가 필요하다. 당신이 건물이라면 더 많은 돈을 들여 기둥을 두껍게 해야하고, 당신이 연인이라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사랑을 도탑게 해야한다. 안전을 원한다면 더 많은 돈을, 사랑을 원한다면 더 많은 관심을 투자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더 적은 돈을 들여 안전을 원하고 더 적은 관심으로 더 많은 사랑을 원한다면 못된 놈, 놀부심뽀라 할 것이다.
부제가 황당한 정치공학인걸 보면, 이 시는 놀부심뽀에 대해 쓴 것으로 보인다. 놀부심뽀는 사람을 황당하게 만든다.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불행하다
흔들리지 않고 눈이 머는 사랑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 깊어지는 그리움 따윈 없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속에서
사랑을 찾지 마라

1, 2행을 보면서 왜그럴까 싶다. 흔들리지 않는 사랑이 더 행복한것 아닌가? 어떤 위기와 고난에도 흔들림없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연인에게 바래왔던 사랑이 아닌가? 3행에서 답이 나온다. 흔들림은 사랑을 더 행복하게, 더 눈이 멀게, 더 깊어지게 한다는 말이다. 흔들림도 여러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지만, 어쨌든 어떤 흔들림의 사연이든지간에 흔들림을 겪고나서 다시 보게되는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내진설계라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흔들림을 외면하고 있다. 그것은 흔들리는 걸 잡아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외면함으로써 당신의 사랑은 위태롭다. 내진설계가 잘 된 건물은 어떤 지진에도 끄덕없듯이, 깊은 믿음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어떤 흔들림에도 끄떡없을 뿐만 아니라 더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아, 흔들림을 외면하지 말라.

그런데, 여기까지 이해하고 나면 부제가 걸린다. 그냥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황당한 정치공학,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해한 내용의 반대다. 흔들림을 포용해줄 수록 단단해지는 게 사랑인데, 흔들림을 외면하고도 당신은 사랑을 찾는다. 그게 당신의 욕심이다. 민심은 흔들리는데, 당신은 표를 바란다. 민생이 흔들리는데, 그건 외면하고 표만 바란다. 민생을 듣고 보는 눈과 귀는 질끈 감고, 표를 넣어 달라고 입만 벌린 형국이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다.  기브 앤 테이크가 안되는 사랑은 결국 끝장이 나게 마련이다. 마누라는 애들과 찢어져 죽게 생겼는데, 나가서 노름이나 하던 아비가 반겨주지 않는다고 밥상을 엎어버리는 것과 같은 짓거리를 지금 당신들이 정치라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이여, 품어 안아주는 사랑을 섬겨라. 내 고통을 치유해주는 사랑을 섬겨라. 밀양에서 강정에서 세월호에서 사드와 지진까지 물가와 해고까지, 김치가 한 쪼가리 먹고 싶어 죽겠는 폐지줍는 노인부터 전화기 부스 뒤에서 죽어 쥐에게 파먹히는 노숙자까지, 사장은 매달 수십억의 월세를 받는데 그 종업원들은 수백수천이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하는 상황을 보고도, 권좌를 이용하여  잇는 놈들끼리 수십수백억씩 돌려 나눠먹기하는 뉴스를 보고도,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길 없는 당신에게 표를 달라, 사랑해 달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말이다.

( 그런데 시를 풀어보기는 했지만 맞게 푼건지 모르겠다. 시를 쓴 생각이 겹겹이라 내게는 시가 어려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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