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엄마
파스 붙이는 엄마
무슨 소용 있을까 싶지만
그거라도 붙이고 있으면 덜 아프다고 말하는
엄마 옆에서
그걸 보는 아들
의사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고
의지 만으론 병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병동의 공기는
건조하다
마늘 밭으로 양파 밭으로
온 종일 일하러다닌 엄마는
한 번씩 찾아오는 아들의 수척한 얼굴을 보고
밥은 챙겨먹고 다니라는 말만 할 뿐
아들이 들고 오는 세상 소식들엔
별 말이 없다
찾아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풀고 간 수다가
한동안 엄마를 안심시킬 뿐
엄마의 안심을 지켜주는
파스 한 장
아들은 의지만으로 고칠 수 없는 엄마의 병이 안스럽고, 엄마는 파스 한장으로 안심한 척 아들을 위로한다. 그 먹구름같은 생의 답답함이 신경현 시인이 보여주는 세계다. 이 세계에선 분노도 의미없고, 말도 대안이 되지 않는다. 파스 한 장의 실질이 가장 큰 위로고, 유일한 힘이다. 파스 한 장만큼의 위로도 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들의 심정이, 엄마에게 붙어 있는 파스 한 장을 발견하게 했다. 그 울림이 엄마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