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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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길 계단을 오를 때
빨리 집에 가라고
벌써 한 참 전에 헤어진
옷에 묻은 실밥과 먼지를
털어내지도 못하고
불빛 아래 깜빡 졸고 있던
여린 눈들을 생각했을까
배가 고파
사는게 온통 배고팠던,
풀빵 봉지를 건네받던
실핏줄이 드러난
작은 손등을 바라보며
괜찮다고 어서 먹으라며
애써 씨익 웃어 줄 때
그 핏기없는 손등에 묻어나던
세상의 눈물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을까
밥이 되지도 못하고
따뜻한 옷 한 벌 되지도 못하는
근로기준법을 뒤적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배고픔이 슬픔이되고 슬픔이 비참으로 변할 때
반드시 돌아가리라 어린 소녀들 곁으로
맹세했던 약속을
낮고 낮은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아직도 굴리고 굴리고 있지는 않을까
전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