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중년
먹먹하게 울었던 속울음이
항상 어깨위에 올려져 있는
멱살을 잡고 울분을 쏟기보다
바짓가랑이를 잡는 일이 잦아지는
쭈글쭈글한 피곤을 문신처럼 달고
살아가는
다들 별 말 없이 술잔 앞에서
고개만 주억거리는
슬펐던 이유가 셀 수 없이 많았던 날을 뒤로하고
살아야만 할 이유만 가득 쏟아내고 있는
누군들 가난을 들쳐업고 싶었을까만은
누군들 비겁과 타협을 친구 삼고 싶었을까만은
벌써, 와버렸네
흘러가는 달빛 아래
나부끼는 바람 속으로
와버렸네
결국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 중년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은 이 삶이 이대로 끝나리라고 예측하지만, 당장 내일을 위한 기상대 슈퍼컴퓨터의 예측도 안맞는 판에 나머지 삶을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와 버렸지만, 그 민낯을 대하는 숨결엔 축적된 뚝심이 있다. 청년은 새출발이라고들 한다. 중년도 그렇다. 나이란 그 무게를 이길 수 있는 힘이다. 사실은, 초년때도 청년때도 힘들었다. 이겨내고 나면 새롭게 다가오는 힘겨움이 있다. 이제 그런것들을 눈치채고 삶이 무언지 생각하게 될 나이가 된 것 뿐이다. 허무함조차 가는 길가에 핀 꽃이다. 남은 삶이 지나온 삶보다 길지도 모른다. 자기를 위해서만 살 수 밖에 없는 나이다. 다만 자기를 위한다는 게 뭔지 생각하며 가는 나이일뿐.
중년만이 갖게 되는 허전함이 잘 그려진 수작이다. 빼고 더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