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기도
-흥렬형님에게
힘든 하루를 내려 놓고 싶은 날이 잦아집니다
해야 할 일들은 많고 할 수 없는 일들은 늘어나고
오늘밤이 지나면 내일, 여전히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힘든 하루를 내려 놓고 싶은 날이 찾아 옵니다
울다 지쳐 까무룩 잠든 아이의 눈가에 말라붙은 눈물처럼
떨어지지 않는 고통의 나날이 길게 이어집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들은 감감 무소식이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만 고지서처럼 쌓여가는,
날들 앞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용을 쓰고 기를 써봐도 헤어날 수 없는 진창처럼
한 발자욱도 내딛을 수 없는 깜깜한 밤길이 이어집니다
밤 새 마셨던 소주잔 속엔
언젠가부터 가라앉은 눈물이 고여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땐 기도 밖에 할 게 없지만
들어줄 이 하나 없는 기도는 도대체 누구에게 해야 합니까
밥 한 그릇에 담긴 구체적인 땀방울의 기록을 곱씹고
밥 한 그릇의 힘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점쳐본다지만
그 밥 한 그릇,
먹기가 왜이리 힘든지요, 하느님
언제쯤이면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서 차용
그런데, 죽어가는 모든 것들은 왜 사랑해야 하는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