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집
지상의
집,
한 칸
바람이 불고 난데업이
비가 들이쳐도
끄떡없던
집,
한 칸
대추나무가 있었던가
묻지 않아도
눈을 감고 찾아갈 수 있던
집,
한 칸
부서진 세간살이와 뜯겨진 담벼락
울고있는 목소리들은
이제
꼿꼿이 설 수 없는 것들이다
어차피 가난이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녹슨 숟가락 젓가락이 발길에 채이며
말한다
슬픔은
파도 파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라고
운동화 한 켤레 땅 속에 묻혀 말한다
맵고 매운 세상을
등에 짊어지고 떠나간 사람들
남은 사람들도 세상이 맵긴 마찬가지
집,
한 칸
썩썩 비벼 함께 먹던 골목길의 밥이 있던
끄덕 끄덕
잘 가라 내일 보자 헤어지던
언덕베기 끝에 이별도
자연스레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집,
한 칸은
어딥니까
이 시는 그런 묘사에 치중했다. 철거라는 말이 한마디 나오지 않아도 (또는 태풍이나 지진이라는 말도) 집이 그 집에 살던 사람들과 골목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시는 좋다.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한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 집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어딥니까라고 묻는 것은 묘사와 중복이 되는데다 설명하고 잇는 사족이 된다. 어디냐고 묻지않아도 이미 시 행마다 그런 집이 어디에 있느냐고 계속 묻고 있기 때문이다. ('한칸'이란 표현이 작아도 좋은 살 집을 찾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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