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다행히도 나는
다행히도
날개가 없는 나는
부리도 갈퀴도 없는 나는
아직까지 잘 살아있다
산내에서 마천으로 들어가는 입구
에이 아이 방역초소에서
방역복을 입고 하릴없이
담배만 피우던 군청직원의 감시를
받은 적 없는 나는
멀고 먼 귀향의 시간을
날아 올라본 적 없는 나는
저문 강가에 내려앉아
지친 날개를 접을 일 없었던 나는
아직까지 별 걱정 없이
잘 살아있다
치킨에 맥주 한잔 마시던 여름밤에도
소주에 오리 바비큐를 뜯어 먹던 겨울밤에도
나는 아무 걱정 없이
그 밤의 술자리를 배부르게 건너왔다
너덜너덜 해진 뼈다귀로 남은 육식의 흔적을
심드렁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간혹 실패한 정치를 이야기하고
때론 두근거리던 연애를 곱씹으면서
편안하게 잘도 살아왔다
다행히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