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아름다운 시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던 시절
채워도 채워도 채워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버글 되던 시절
티브이를 켜면 걱정과 염려로 무장한
보험 상품이 세상을 안심시키고
흐릿하게 알전구 켜진 집으로
배고픔을 메단 사람들이 늦은 귀가를 하고
매장당한 유골처럼 뼈만 남은 희망이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슬려 내려가던 시절
좌절할 기력마저 없어 몸져눕기 바쁘던 시절
연민과 동정을 뒤섞어 뿌려 되던 선무방송은
얼마나 아름다웠나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 가난을 탓 하는건
엄연한 반칙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더라도
살아남는 게 절대선이 되는 아름다운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