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당부
오래 보아 두거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돌각담 아래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의 숨소리를
층층이 쌓인 다랑논의 이마를 쓰다듬는
쭈글쭈글한 생의 허리 굽힘을
꾸불꾸불한 누대의 가난을 지켜온
마을 어귀 당산나무의 부르튼 수피를
탈탈거리는 경운기 소리에
불쑥불쑥 피어오르는 마른기침 소리를
오래 보아 두거라
눈을 들면 앞산 뒷산
지천으로 꽃은 피는데
굵은 땀방울 아래 점점 아득해지는 세상을
뻐꾹새 우는 밤이 오면 달이 뜨고
그 달 아래 흙물 든 바지 둥둥 걷고
밥 냄새 달라붙은 집으로 흘러드는 풍경을
오래 보아 두거라
새 몇 마리 날아들고 날아가는
딱딱한 겨울 들판을
깊은 산골의 먼 데로 나부끼는
아궁이 속에서 타는 나무 소리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부터
바람이 잦아드는 곳까지
한눈팔지 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오래 오래 보아 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