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망명

신경현 0 741

​​망명

 

국적을 포기하고 다다른 곳이 하늘이라니
다행이다 싶었다
설마 거기에서도 망명신청을 거부하겠나
망명의 이유를 캐묻거나
망명의 전제조건을 들먹이며
시간을 끌진 않을것 같았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진창에 빠진 몸을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썩은 동아줄은커녕
바람 한줄도 불지 않았다
그러던차에
크고 단단한 몸을 가졌으나
피차 사는게 바빠 보이지 않았던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우두망찰의 자세로 연기나 피워올리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의 풍경을 보여주던
굴뚝
그 굴뚝을 타고 올라가야만
공장안에선 도무지 보이지 않던 망명의 길이
보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올라와서
망명의 이유도
망명의 전제조건도 따지지 않는
하늘아래 망명신청을 하고 마침내
무국적 난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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