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푸른 숲으로 들어가다
- 광주전남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양우권 동지를 생각하며
푸른 숲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 날
끙끙 앓고 있는 몸이 생각났다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멀고 먼 길을 헤메다
잠시 등을 보인 채 주저앉아 있는
눈빛도 떠올랐다
까마득한 벼랑 가까이 써내려간 문장들이
위태롭게 흔들렸고
누가 보아줄 것 같지 않은 이력들도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
붉은 쇳물에 말아 먹던 밥을 빼앗기고
생각나는 거라곤 뺑이 친 기억 밖에 없을 텐데
뭐가 그리 좋아 돌아가고 싶었을까
십년 넘게 먹은 쇳밥으로
치면 칠수록 더 단단해진 금강불사의 몸으로도
견뎌내지 못했던 감시와 해고
끝내 공장 담을 넘지 못하고
그는,
마지막 말 한 마디 떠올리며 울먹였을까
푸른 숲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 날
나무와 나무 사이
푸르게 날아가는 새의 날개를 빌려
공장 담을 끝내 넘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