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굴뚝2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와 스타케미칼 투쟁을 지지하며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고 싶었던 곳
멀리
공장 지붕 위로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의 속살을 만져 볼 수 있는 곳
깜빡이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살아야지 다짐하는 곳
내려가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잠이 들고 싶은 집이, 아직은
흐릿하게 보이는 곳
인간이 견딜 수 없는
모든 외로움과 자연스럽게 말을 트고
때로 찾아오는
어둠과 절망과 눈물에게도 안부를 물었던 곳
먹튀자본 박살내자 플랭카드가 걸린
농성천막이 내려다보이는 곳
십시일반, 밥과 국을 올려주는 동지들이
아주 작게 작게 보이는 곳
폐기처분 되긴 저나 나나 마찬가지인 기계들이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공장이 보이던 곳
무관심에 흔들리는 깃발이
용케 살아 있는 곳
별이 뜨고 바람이 불고 달이 뜨는
밤과 낮이 무심히 찾아와도 쉽게,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그림자들
서성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