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평화로운 일기
그 날의 일기를 평화로웠다고 쓰자
빗물에 씻겨 내려간 최루액이 흘러내렸대도
용인된 폭력과 호명된 공포에
짓눌려 쓰러진
칠순 농민의 의식불명은
잠시의 소란일 뿐
그 날의 일기를 평화로웠다고 쓰자
불안을 집어삼킨 눈동자들이 흔들리고
갈라진 목소리에 부서진 구호들이 흩어지는 동안
검게 웅크린 차벽 사이로
단단한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네
그 날의 일기를 평화로웠다고 쓰자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도
일본에서 타전 된 지진 소식도
빗물에 젖은 시위대는 언급할 겨를이 없을것이므로
범사에 좌절해야 할 일들이 넘쳐나지만
범사에 기뻐해야 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이 곳에서 분노는,
절대 금지
그 날의 일기를 평화로웠다고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