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간다, 경주 감포

신경현 0 1,086

​​간다, 경주 감포

 

우여곡절 많은 한 시대를 건너가던 사람들
모여서 경주, 감포 간다
감은사지 석탑이 가지런히 마주보고 서있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들을 지나
경주, 감포 간다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칠십팔만 년의 시간을
위태위태하게 버틴다는 방폐장을 지나
간다, 경주 감포로
환하게 물든 목련나무 그늘 아래
언젠가 한번은 서 있었을 그를 떠올리면서
경주, 감포 간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부서지면서
까만 밤을 비추고 있을, 어쩌면 해무가 짙게 깔려있을지도 모를
경주, 감포 간다
소주 몇 병과 마른 오징어를 들고 가는 마음이
추억보다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들
가끔, 떠나간 친구들 소식과 소식 끊긴 친구들의 안부를
물어보면서 다들 별말 없이 깜깜한 길 위를 쳐다보던 사람들
간다 경주, 감포로
무사히 겨울을 이겨 낸 몸이 무거운 나무들이 피워낸
꽃들과 푸른 잎들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쓸쓸한 밤바다 위로 떨어지는 길고 긴 한숨 소리 들으러
간다, 경주 감포로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 명
  • 오늘 방문자 25 명
  • 어제 방문자 373 명
  • 최대 방문자 6,807 명
  • 전체 방문자 522,889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