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칠십팔만 년
- 경주 방폐장을 생각하며
칠십팔만 년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칠십팔만 년은
신의 영역도 아니다
칠십팔만 년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독의 시간도 아니다
칠십팔만 년은
인간이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도 아니다
칠십팔만 년은
인간이 울 수 있는 시간도 아니다
쌓이고 쌓인 역사의 퇴적물도
칠십팔만 년은 견디지 못한다
새들도
칠십팔만 년은 날아오르지 못한다
뿌리와 가지를 뻗쳐
지상의 따뜻한 그늘을 만들었던 나무도
칠십팔만 년은 서있을 수 없다
단단하게 고정된 모든 것들도
칠십팔만 년은 건널 수 없다
거친 손으로 새벽기도를 가던
고요한 날들도
부르튼 발바닥으로 걷던
곤궁한 날들도
칠십팔만 년은 기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