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 / 1973년생 / 공공운수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읽을 수 없는 말들
오래된 어머니의 일기는 몇 번을 읽어보려 해도 자주 눈앞이 흐려진다 받침 빠진 글자들 사이로 툭하고 떨어진 눈물이 아직까지 맺혀있고 달라붙은 가난을 등짐처럼 지고 가는 구부정한 어깨가 욱신거리며 내 속으로 들어온다 꾹꾹 눌러 쓴 어머니의 주름이 누렇게 색이 바랜 채 가라앉아 있는 밤, 나는 읽을 수 없는 어머니의 말들을 눈뜬 봉사처럼 들여다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