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산촌살이

붕어 1 904


아직은 손 시린 계곡의 밤을 걸어

주워온 다슬기

한 이틀 물 갈아주며

좋은 음식 되길 기다렸다

멸치 몇 마리

다시마 한 조각

건고추 두 개 띄워

우려낸 물에

푹 삶아 상 위 올려놓고

잠시 끌쩍이는 사이

호로록 쪽쪽

달그락 달그락

꾸벅꾸벅 졸던 아들놈

어느새 일어나

하나 까 놓고 하나 먹으며

만드는 소리

호로록 쪽쪽

달그락 달그락

오랜만에 까먹으니

참으로 맛나단다

열심히 제 입 수발하다

잠시 돌아보곤

아비의 입 속으로도

하나 넣어 주며

고생했단다

한여름도 차갑게 살다

뜨거운 물 속에서 생을 마치고

아직은 손 시린 봄밤을

따뜻하게 엮어준

계곡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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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화
부자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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