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아직은 손 시린 계곡의 밤을 걸어
주워온 다슬기
한 이틀 물 갈아주며
좋은 음식 되길 기다렸다
멸치 몇 마리
다시마 한 조각
건고추 두 개 띄워
우려낸 물에
푹 삶아 상 위 올려놓고
잠시 끌쩍이는 사이
호로록 쪽쪽
달그락 달그락
꾸벅꾸벅 졸던 아들놈
어느새 일어나
하나 까 놓고 하나 먹으며
만드는 소리
호로록 쪽쪽
달그락 달그락
오랜만에 까먹으니
참으로 맛나단다
열심히 제 입 수발하다
잠시 돌아보곤
아비의 입 속으로도
하나 넣어 주며
고생했단다
한여름도 차갑게 살다
뜨거운 물 속에서 생을 마치고
아직은 손 시린 봄밤을
따뜻하게 엮어준
계곡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