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깨어있지 않으면
몰래 내리는 겨울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산기슭 겨울을 비집고 나온
구절초 싹도 보이지 않는다
얼음살을 녹이며
봄으로 흐르는 계곡의 노래가
솔숲에서 분주히 짝을 찾아 나선
왜가리의 노래도
새벽을 밀어 올리는
힘겨운 반달의 땀냄새도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키우는
땅의 아우성도
찾을 수 없다
깨어있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