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비빔밥

붕어 2 959

​하얀 바람이 세상을 꽁꽁 얼리고

문밖을 나서는 것 만으로도

코끝 에는 저녁

창고에 쌓아두었던

감자 세 알과

무 반쪽으로 차려진

저녁 밥상

참기름과 북어국을 보태어

아내와 아이들은

해맑게 밥을 비비며

함께할 것을 청하는데

어린 날

겨울 들판을 따라 온종일 떠돌아

씀바귀뿌리 캐어 오시던

어머니

​해가 지고서야 언덕의 그림자로 나타나

콩닥이던 아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술 취해 잠든 지아비 깰까

밥상도 없이

부엌 한 켠에서 숨죽이고 먹던

비빔밥

신 씀바귀김치 몇 조각과 까슬한 밥알들

마른 목줄기를 타고 넘던

차가운 비빔밥

온 식구들 그릇 하나로

행복하게 비벼진 저녁 밥상에

홀로 밥그릇 챙겨 들고

추억을 먹으며 떠오르는 사람

오늘도 홀로

밥 비비고 계신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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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애는->에는, 에이는
보테어->보태어

"술 취해 잠든 지아비 깰까/밥상도 없이/부엌 한 켠에서 숨죽이고 먹던/ 비빔밥"에서 눈물이 그렁해졌습니다. 오늘의 밥을 두고 옛날의 밥을 끌어낸 힘이 좋습니다. 이 부분은 절창입니다.
붕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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