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상수도 정비하는데
뭔 돈이 3만원씩이나 들었냐
다른 사람들 집짓는다 하면
도장 안찍어 주기로 해놓고
왜 찍어 줬냐
부엌에서 밥하는 어머니들은
또 왜 이리 시끄럽냐
마을 어른들의 곱지않은 눈초리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는 이장님의 얼굴만
벌개지는 마을 총회
아직 남녀칠세부동석인 마을에서
마을 총회에 꿋꿋하게 앉아 계신
어머니
까칠하게 등 굽은 아버님
길가에 풀 깎는데 뭔 5만원이나 썼냐하니
"전에도 술 한 말씩 받아 줬는디"
머쓱한 마을 회관에 또렷한 점을 찍고
이리 저리 하여 총회가 끝날 참에
한 마디 보태신다
" 거그 장 담글 띤 물에 소독약 좀 빼주시오
아들이 약냄시땜시 장을 못 묵겠다 그러네."
이장님은 안돼요 자르고 끝냈지만
마음으로 가장 큰 박수쳤던 한 마디
맞춤법이나 철자가 틀리는 것은 시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시를 철저하게 쓰지 않고 감흥으로 읊었다는 인상을 주기는 합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