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왼손잡이

붕어 1 1,259

​오랜만에 먹어보는 흑돼지 삼겹살

오른손잡이 가위질을 보면

어설프고 낯설다

똑똑 잘린 삼겹살은 먹음직하나

오른손 가위질은

마음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던지

잘 흐르던 가위질을 막고

이내 가위를 빼앗아 드는데

영 어색하다며 다시 가위 빼앗아 드는

오른손잡이들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

나와 닮으면 편하고

나와 다르면 낯이 선

단순하지만 무서운 눈빛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인생의 한 쪽 끝을 걸으며 드러난

좁은 편견의 껍질에 놀라

정신 번쩍 드는데

왼손이 편한 나를 꾹 누르고

오른손잡이 가위질을

얌전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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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둘러쌓인->둘러싸인
다름을 받아 들이는 건 어렵지요. 그 사이에 이익이라도 끼면 사람은 결사적이 됩니다. 고기를 자르는 일이 아니라, 예를 들면, 우리마을에 나환우 시설을 만든다든가, 장애인 시설을 충원하기 위해 세금을 더 올리겠다든가 하면 말입니다. 가까이는 남자가 설겆이를 한다든가 기저귀를 간다든가 하는 일들도 있겠지요. 함께 살기 위해 양보하고 인정하고 감수하는 일들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입니다. 고기를 썰 때조차 나와 다른게 싫고 허용하지 못하는 좋은 주제를 잘 발견하여 시로 펼치셨는데, 이익이 충돌하는 다름에서 시로 할말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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