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도와주고 싶었어
겨울바람 매섭게 볼을 때리는 밤
주저앉은 너를 돕고싶어
안았을 뿐이야
그 손길 어떻게 다가섰는지
뿌리치고 차도로 뛰어들 거란 생각은 못했어
많았을거야
나의 손길이 너의 죽음으로
선명해졌듯
또 다른 나의 손길이
세상에 그어놓은 상처들
선뜻 발걸음 하나 떼는 것조차 두려운 밤
오른손에 남은 상처만
거칠던 너의 털끝과 검은 눈동자를 기억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고개 떨어뜨린
너의 혼만이라도 따뜻하기를
간절하게 빌어본다
끝 부분을 기도로 끝내는 것은 결국 상처를 입힌 나를 위로하는 일이지요. 도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깨우침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시가 되지 않을 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