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밤새 내린 눈 마을길을 덮은 새벽
만호형님 비질에 잠이 깨어
문밖으로 나서면
한 오분 안되어
두 집 사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쓱싹쓱싹 둘의 비질로
또 한 오분 내려가면
주승이형, 만식이형 비질을 보태어
금방 네 집이 시원하게 이어지고
당산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면
구석구석 끊어졌던 길들이
하나 둘씩 이어져
밤새 흐르지 못한 피돌기를 하며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만수천 큰길가 연자방아 내려갈 쯤이면
재훈이형 트랙터가 웅웅거리며
마지막 눈길을 털어
부슬부슬 땀방울 닦으며
연자방아 어머니 해장국 안주로
소주한 잔 들이키는
눈 내린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