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생의 한 시절을 보낸 길
칠순을 넘긴 아비의 품으로 돌아오는길
가파른 고개를 넘으며 포근함을 느끼는 길
조막만한 아들의 때를 벗기던 목욕탕은
안녕하신지
술을 떠나 살 수 없던 친구들과 껄껄거리던
막걸리집은 안녕하신지
삼천 오백원에 배부름을 얻던
국수집은 또 안녕하신지
아들 딸 손 잡고 걷던
보도블럭 차가운 바닥에
삶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손길들 살아나
아직은 정 붙일만한 도시의 밤
가진 것도 없이 나누려는
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
의정부 신곡동 그 길
즐거운 여행이었길 바라며, 이런 시의 경우는, 고개, 목욕탕, 막걸리집, 국수집등 몽글몽글 피어나는 옛추억마다 독자도 생생하게 공감할 만한 은유를 조금 섞어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너를 돌아설 때 쏟아진 장대비 같은 국수가.."라거나, "벌거벗고 헤엄치던 막걸릿잔 동무들.."처럼요. 은유는 짧은 말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추억을 읊는 시의 경우에 은유를 잘 살리면 공감이 잘 되는 시를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