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신곡동에서

붕어 2 1,227

​생의 한 시절을 보낸 길

칠순을 넘긴 아비의 품으로 돌아오는길

가파른 고개를 넘으며 포근함을 느끼는 길

조막만한 아들의 때를 벗기던 목욕탕은

안녕하신지

술을 떠나 살 수 없던 친구들과 껄껄거리던

막걸리집은 안녕하신지

삼천 오백원에 배부름을 얻던

국수집은 또 안녕하신지

아들 딸 손 잡고 걷던

보도블럭 차가운 바닥에

삶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손길들 살아나

아직은 정 붙일만한 도시의 밤

가진 것도 없이 나누려는

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

의정부 신곡동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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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신경현
길에서 태어나고 길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것 같다. 하지만 왜 시제는 신곡동인데 신곡동에 대한 어떠한 설명이 잘 보이지가 않네..신곡동이 아니더라도 길 위에서 마주치는 모습들만 보이는 이 시에 왜 신곡동이란 시제가 들어가는지...차라리 시제를 바꿔서 쓰는 건 어떨까 싶네..짧지만 시인의 감성이 오롯이 묻어나서 나머진 훌륭하게 읽히고 또 읽고 나서도 아련함이 보여서 좋네..다만 위에서 지적한 것 처럼 여전히 시제와 시가 겉돈다는 생각은 여전하고...
해방글터
삶의 한 시절을 보낸 동네로 돌아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혹은 따뜻하고, 혹은 슬프고 추운 길.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 없고, 사는 사람의 눈으로보면 지겹고 괴롭지 않은 풍경이 없다는 말처럼, 어린 아들 딸 손 잡고 늙으신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가에 옛추억들이 소록소록 피어 오르는 정경은 여행자의 눈으로 보이는 정경들 입니다. 호기심 어린 객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잇다면 누구나 세상이 아름다운 것을 알게 될 텐데요, 불행히도 삶은 한발 떨어진 여행자의 눈 너머에 있질 않고, 촉각을 느끼는 피부의 곁에 있는 것이어서, 인생은 고해의 바다라고 하는가 봅니다.

즐거운 여행이었길 바라며, 이런 시의 경우는, 고개, 목욕탕, 막걸리집, 국수집등 몽글몽글 피어나는 옛추억마다 독자도 생생하게 공감할 만한 은유를 조금 섞어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너를 돌아설 때 쏟아진 장대비 같은 국수가.."라거나, "벌거벗고 헤엄치던 막걸릿잔 동무들.."처럼요. 은유는 짧은 말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추억을 읊는 시의 경우에 은유를 잘 살리면 공감이 잘 되는 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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