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딸의 셈법

붕어 3 1,131

​순댓국으로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저녁

이분의 일이 소수로 얼마인지

알쏭달쏭한 아들에게 말해주는

딸의 당당한 이야기

이분의 일이 둘이면 일이고

영점오도 둘이면 일이니

이분의 일과 영점오는 같단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며

빈정대는 아비에게 답하는

딸의 셈법​

​자기는 푸아그라를 만드는 오리가 아니란다

식도까지 넘어간 쇳덩이로

3초에 1kg을 삼켜야하는

오리가 아니란다

한 학기에 여덟 단원

1년에 열 여섯 단원​

6년에 최소한 ​팔 십 단원은 공부를 했을 터인데

그것이 다 들어오겠냔다

어찌나 술술 나오는 셈법인지

딸의 목구멍으로 쇳덩이를 밀어 넣고

음식물을 쏟아 부은 아비가 되어

아무말 할 수 없었다

딱딱하게 굳은 교과서를 들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입 속으로

감당할 수 없는 ​독을

쏟아 부었던가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둠만큼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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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이 시는 나누자면, (1) 이분의 일과 영점오를 설명하는 부분, (2) 6년 공부한 셈법을 주장하는 부분, (3) 딸을 거위로 만든 죄책감 부분, (4) 아이들을 거위로 만든 반성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있었던 일을 주욱 나열한 글로, 이글만 보자면 (1)과 (2)(3)(4)는 연관이 없습니다.

(2)에도 불구하고, (1)을 아는 것은 자랑스럽다는 딸의 셈법에 아빠는 (3)(4)를 떠올립니다. 딸의 주장과 아빠의 생각이 다른 흐름을 가집니다. 딸은 이정도만 해도 훌륭하지인데, 아빠는 과도한 교육스케쥴을 부끄럽게 여기고, 본인이 거기에 일조한 것을 떠올립니다. 자세히 생각하면 가라고 말한건데, 나라고 듣고 다라고 생각한 겁니다. 일관성이 있긴 하지만, 생각이 점프를 한 겁니다.

(4)의 반성에 대한 대안은 없습니다. 대안을 꼭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딸의 셈법에 대한 생각은 있어야 하는데, 없습니다. 또한, 그것이 과연 독인지 여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교육은 능력과 취향이 다 다른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일관화하는 일입니다. 딸의 주장은 하향평준화입니다. 그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아빠가 느끼는 생각은 상향평준화로만 치달은 것에 대한 반성입니다. 능력과 취향이 다른 아이들까지 모두 억지로 주입시켰다는 반성입니다. 이것은 상향평준화를 추구하는 교육의 속성을 드러내고 잇는 것입니다.

그러니, 복잡합니다. 딸의 셈법에 촛점을 맞출것인지, 교육의 문제에 촛점을 맞출것인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건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았는데, 글을 쓴 의도와 달랐다면 왜 오독이 되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붕어님의 시는 대체로 따뜻하고 인간적이어서 좋습니다. 좋은 시에 자꾸 태클을 걸어서 몹시 미안한데, 마냥 좋다고만 할 수가 없는 것은 더 좋은 시를 쓰시기를 바라는 마음일 따름입니다.
붕어
딸의 이야기에 제 생각에 빠진 거지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푸아그라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교사로서 자기 반성을 하게 되어 썼던 시예요..
첫 부분이 주절주절 늘어지는 면이 있는데....이야기를 끌고가기 위해서 없애기가 힘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할 것 같아요.
딸의 셈법에 대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딸의 셈법에 공감했기에 자기 반성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반성의 대안은 꼭 시에는 나타나있지 않아도 제 삶 속에서 영글고 있지 않을까~싶어요.^^
그리고 이 시의 촛점은 딸의 셈법도 아니고 교육의 문제도 아니도 "자기 반성" 인것 같고요.
"자기 반성"은 공교육의 교사로서 말씀하신 것처럼 능력이나 취향에 맞춰 아이들을 교육의 중심에 세우지 못하고 교육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던 그간의 저에 대한 반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독된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태클이라 생각하지 마셔요.
잘 생각해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화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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