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올해부터는 검은콩 농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그까짓 거 얼마나 먹는다고
힘들게 농사 짓냐 말하실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아실까요
마당가에 풀 뽑는 아내 머리칼이
저녁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검디 검던 아내 머리칼에 어느덧
촘촘하게 터를 잡은 세월에게
조금만 천천히 오라고
아내 손 꼭 잡고 우리 걸음으로
그대 곁으로 갈 것이니
조금만 천천히 오라고
매일 아침 콩밥 한 공기 올리며
간곡히 부탁하고 싶어
논두렁에 맺힌 초여름을 걷어내고
검은콩을 심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