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꿩덫

붕어 0 735

겨울이 덜 들어찬 마당에서

꿩덫 세 개를 만들었다

 

양손에 꿩을 들고 환하게

마당으로 들어서던 아버지

기억을 끄집어내 대나무를 엮었다

 

혼자서 들 수 없는 꿩덫을

신기한 듯 거드는 아들을 앞세워

볕 잘 드는 묵밭에 세웠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하루에 한 버씩 향하는 걸음

헛걸음이었던

묵밭 찔래덤불 아래

 

떨어지지도 않은 꿩덫에

늙은 아버지가 걸려 혼자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어느날 나도 그 덫에 걸려

푸드덕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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