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겨울이 덜 들어찬 마당에서
꿩덫 세 개를 만들었다
양손에 꿩을 들고 환하게
마당으로 들어서던 아버지
기억을 끄집어내 대나무를 엮었다
혼자서 들 수 없는 꿩덫을
신기한 듯 거드는 아들을 앞세워
볕 잘 드는 묵밭에 세웠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하루에 한 버씩 향하는 걸음
헛걸음이었던
묵밭 찔래덤불 아래
떨어지지도 않은 꿩덫에
늙은 아버지가 걸려 혼자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어느날 나도 그 덫에 걸려
푸드덕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