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냄새로부터

붕어 0 683


여름 내

돌아서면 자라는 풀을 깎으며

풋풋한 풀냄새가 좋았다

그 냄새가 좋아

풀을 깎을 때마다

큰 숨을 쉬었고

마음 깊숙히 싱그러움 가득했다

 

젖은 눈이 쏟아졌던 겨울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솔가지

 쩍 갈라져 꺾였다

새벽 추위에도 얼지 않은 솔향기가

머리 속에 박혔다

그 냄새가 좋아

가는 솔가지 툭 꺾어

코에 대며

맑고 가벼워지는 몸을 즐겼다

 

모두

아픈 상처에서 나는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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