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입동 풍경

붕어 0 649

입동을 넘어 겨울로 들어간 들녘

벌써 뽑았어야 할 무잎은

아직도 푸르고

하얀 봄을 만들었던 별꽃은

다시 꽃을 피워 올렸다

 

가뭄에 기를 못펴는

양파 걱정에 물조루를 들고 나선 길

모기들 떼로 덤비고

뜯기지 않으려 팔을 휘저어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갈빛으로 몸을 바꾼

벼메뚜기 한 마리

길어진 생을 끌고

힘겨운 듯 기어가고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오래된 호두나무 새순을 내놓고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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