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웃거름
붕어
0
956
2020.11.26 15:40
뿌리 내리고
열심히 포기벌이 한 논을 보며
지나던 농부
휑하다
거름이 부족하다
훈수를 둔다
그날 밤,
불안이 논두렁을 슬금슬금 넘어왔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웃거름이 뿌려졌다
검초록으로 낯빛을 나꾼
벼는 가슴까지 솟아오르며
빽빽하게 논을 채웠으나
하늘은 어둡고
긴 비는 내리고
해가 들어설 자리도
바람 지날 길도 없는
논 구석구석
벼는 벌겋게 주저앉았고
반쪽짜리 갈무리를 보고나서야
저지른 일이 무엇인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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