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잠들지 못하고
허리 아픈 밤을 뒤척인다
두 줄만 심으면 되는 감자를
스무 줄 심었고
한 마지기면 충분한 벼를
세 마지기 심었다
늙은 부모 생각나고
누이들 생각나고
챙기고 싶은 얼굴
여기 저기 떠올라
대뜸 일을 벌였다
몸 구석구석 자리잡은 통증에
내 먹을 만치만 심겠다
삶의 가지를 치는 어둑녘
팔순 농부와 마주쳤다
무릎도
허리도
손가락도 굽어
둥근 씨앗 같은
몸
발 딪는 자리마다
먹여 살린 생명들
흙가루처럼 떨어진다
봐도 봐도
보이지 않는 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