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몸의 깊이

붕어 0 712

잠들지 못하고

허리 아픈 밤을 뒤척인다

 

두 줄만 심으면 되는 감자를

스무 줄 심었고

한 마지기면 충분한 벼를

세 마지기 심었다

 

늙은 부모 생각나고

누이들 생각나고

챙기고 싶은 얼굴

여기 저기 떠올라

대뜸 일을 벌였다

 

몸 구석구석 자리잡은 통증에

내 먹을 만치만 심겠다

삶의 가지를 치는 어둑녘

 

팔순 농부와 마주쳤다

 

무릎도

허리도

손가락도 굽어

둥근 씨앗 같은

 

발 딪는 자리마다

먹여 살린 생명들

흙가루처럼 떨어진다

 

봐도 봐도

보이지 않는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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