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엄마집

붕어 0 718

바람 좋은 칠월 어느 날

고추밭, 들깨밭 훌훌 벗어 던지고

파란 꽃무늬 자켓을 입었다

 

양 손 가득 보따리 주렁주렁 달고

마음이 앞서 걷는데

닳은 무른은

따라잡기 숨차다

 

작살나무 꽃내를 닮은 분 냄새도

철없는 외동딸마냥 꽁무늬를 쫓는다

 

팔짱 낀 고추밭은

심드렁하고

들깨는

이파리 축 늘어뜨리고

 

일 년만에 찾아온 파랑새는

객객거리며 어딜 가냐 캐물었으나

엄마는 굽은 등으로 말없이 걷는다

 

매도 매도 무성해지는 것이

풀만이 아니었으니

오지 않으면 갈 수도 있는 것,

오늘 밤 엄마집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독수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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