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바람 좋은 칠월 어느 날
고추밭, 들깨밭 훌훌 벗어 던지고
파란 꽃무늬 자켓을 입었다
양 손 가득 보따리 주렁주렁 달고
마음이 앞서 걷는데
닳은 무른은
따라잡기 숨차다
작살나무 꽃내를 닮은 분 냄새도
철없는 외동딸마냥 꽁무늬를 쫓는다
팔짱 낀 고추밭은
심드렁하고
들깨는
이파리 축 늘어뜨리고
일 년만에 찾아온 파랑새는
객객거리며 어딜 가냐 캐물었으나
엄마는 굽은 등으로 말없이 걷는다
매도 매도 무성해지는 것이
풀만이 아니었으니
오지 않으면 갈 수도 있는 것,
오늘 밤 엄마집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독수공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