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나를 보다

붕어 0 792

고추 말목을 박다

어린 쥐와 마주쳤다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 발에 밟혀

배가 터졌다

 

피묻은 창자를 내놓고

밭둑으로 던져진 쥐

 

아무렇지 않게 말목을 박았으나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살 일은 있어도

죽을 일은 없는 것

널어놓은 들깨를 까먹은 것도

살자는 뜻이었을 게다

 

날 죽은 호미를 들고 묻으러 간 밭둑

누룩뱀 한 마리 내 죄를 삼키며 꿈틀거리고

나는

내 속에 또아리 틀고 있던 살기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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