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흙 한 줌

붕어 0 813

슬픔도 아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쉬시라

 

그런 말씀 말아주세요

 

한 번도 올라갈 수 없었던 저 높은

낯선 곳으로

떠나라하지 말아주세요

 

생은 허리 굽듯 꼬부라져

낮아지고 있습니다

 

넘어져 손바닥 디딘 곳

스스로 서보겠다 땀 흘린 곳

흙이었으니

 

외롭지않게

한 생을 살아낸 곳으로 돌아가

누군가 단단히 디디고 설 수 있는

흙 한 줌 되시라

손 모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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